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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 이종장기이식임상적용으로 장기부족을 해결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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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리 1억… 네가 福돼지로구나

황금돼지해, 돼지꿈 꾸는 과학자들


"상용화가 되면 돼지 한 마리가 1억원이 될 거예요. 말 그대로 복(福) 돼지죠."

김현일 옵티팜 대표는 충북 오송생명과학단지에서 매일 돼지들을 보다 보니 꿈에서도 돼지가 나온다고 했다. 이제 돼지꿈이 실제로 이뤄지고 있다. 옵티팜은 말기 질환 환자에게 돼지의 장기를 이식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바로 이종장기이식(異種臟器移植)이다. 2~3년 내 실제 환자에게 돼지의 피부, 각막과 췌도를 이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대 의대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 연구원이 이종 장기 이식용 미니 돼지를 들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돼지 췌도세포를 사람에게 이식하려면 앞서 같은 영장류인 원숭이 8마리에 이식해 5마리가 6개월 이상 생존하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사업단은 이 조건을 이미 충족하고 올해부터 사람 대상 임상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서울대
돼지의 해 '기해년(己亥年)'을 맞아 돼지꿈을 꾸는 과학자들이 있다. 이들은 돼지 장기를 이식해 환자들의 생명을 연장하거나, 돼지고기 맛을 최고로 만든 새로운 품종을 만들고 있다. 이종장기이식은 올해부터 가시적 성과가 예상되며, 고기 생산성을 극대화한 신품종들도 허가 절차가 마련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미니돼지, 사람과 장기 크기·형태 흡사

옵티팜은 이종장기이식을 위해 미니돼지를 키우고 있다. 미니돼지는 다 자라도 일반 돼지의 3분의 1 크기다. 하지만 몸무게는 60㎏으로 사람과 비슷하다. 이뿐이 아니라 심장 크기도 사람 심장의 94% 정도이고 해부학 구조도 흡사하다. 과학자들은 일찍부터 미니돼지를 이식용 장기 부족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주목했다. 김현일 대표는 "미니돼지는 완전 멸균 상태에서 키우고 물과 사료도 멸균한 특수 제품을 쓴다"며 "1년 키우는 데 500만원 이상 들어간다"고 말했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양돈 농가에서 돼지고기 1㎏을 키우는 데 2840원이 들어갔다. 미니돼지 몸무게가 60㎏이라면 17만원이다. 결국 미니돼지 사육비가 일반 돼지보다 29배 이상 들어가는 셈이다. 하지만 모든 장기를 사람에게 준다고 가정하면 가치가 1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다른 동물의 장기가 사람 몸에 이식되면 바로 면역거부반응이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과학자들은 유전자를 바꿔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2002년 1월 미국에서 세계 최초로 항체 공격을 유발하는 당분 생성 유전자를 제거한 형질전환 돼지가 탄생했다. 돼지에게만 있는 바이러스 유전자도 제거했다. 반대로 사람 유전자를 집어넣기도 한다. 사람의 세포막에 있는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가 대표적이다. 돼지 각막을 영장류에게 이식할 때 이 유전자를 넣었더니 면역거부반응이 없어졌다. 김현일 대표는 "미니돼지의 세포에서 면역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4개 빼고 반대로 사람 유전자를 4가지 넣었다"고 말했다.

국립축산과학원도 같은 방법으로 이종장기이식용 미니돼지를 개발했다. 돼지 각막은 지난해 5월 원숭이에게 이식했는데 지금까지 문제가 없다. 황성수 축산과학원 박사는 "심장이나 신장같이 혈관이 있는 장기 전체를 이식하기 위해서 사람의 혈관내피세포 유전자를 넣은 돼지도 개발했다"며 "이제 장기 이식을 위해 돼지 유전자를 변형하는 연구에서는 해외와 기술적 차이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서울대 의대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도 돼지 각막과 인슐린 분비 세포인 췌도세포를 원숭이에게 이식해 국제기준인 '60%가 6개월 이상 생존' 기록을 넘어섰다. 이제 사람에게 이식할 준비를 마친 셈이다. 국내 기업 엠젠플러스메디키네틱스도 이종장기이식용 미니돼지를 개발하고 있다.

올해부터 환자 대상 임상시험

그동안 국내에서는 세계 수준의 이종장기이식용 돼지를 만들고도 환자에게 적용할 법률 기준이 없이 임상시험을 하지 못했다. 반면 유럽은 2007년에 관련 법률을 만들었고, 일본과 미국도 각각 2014년, 2016년 법률을 마련했다. 박정규 이종장기개발사업단장(서울대 의대 교수)은 "다행히 최근 정부가 돼지 각막과 췌도를 세포치료제로 간주하기로 방침을 세웠다"며 "기관 윤리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쳐 곧 임상시험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인 지온 마켓 리서치는 이종장기이식 시장이 2022년 452억달러(약 50조50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국내의 경우도 장기 이식 대기자가 2011년 2만1861명에서 2016년 3만286명으로 늘어날 정도로 이식용 장기가 부족하다. 중국은 돼지 각막의 임상시험을 2015년 허가하고 2017년부터 판매 허가까지 내줬다. 환자 114명에게 시술해 106명이 성공을 거뒀다고 한다. 췌도는 뉴질랜드 바이오기업 디아트란츠 오츠카가 미국과 러시아에서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지난달 12일 제노세라퓨틱스에 돼지 피부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임상시험을 허가했다. 김현일 옵티팜 대표는 "우리도 돼지 피부의 임상시험을 2021년까지 마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기 맛, 생산성 높이는 연구도 활발

돼지고기의 품질과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과학 연구도 활발하다. 국내 바이오기업 툴젠은 중국 옌볜대 윤희준 교수와 공동으로 근육강화돼지를 개발해 중국과 한국에 특허를 등록했다. 툴젠은 효소 단백질인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돼지 유전자에서 근육 성장 관련 유전자를 교정해 근육량을 크게 늘린 수퍼돼지를 개발했다. 툴젠은 "유전자 교정 농산물에 대한 규정이 마련되면 양돈 농가의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축산과학원은 돼지 맛에 집중하고 있다. 이미 한국형 씨수퇘지 품종인 축진듀록, 축진참돈, 우리흑돈을 개발했다. 조규호 축산과학원 박사는 "우리흑돈은 조선시대 재래돼지를 복원해 생산성을 높인 것"이라며 "구이용 돼지고기의 맛을 결정하는 유전자를 강화한 난축맛돈도 개발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ywlee@chosun.com]